면허증을 따고 부모님 차를 졸라서, 또는 몰래 타고 다니다가 자기 이름으로 된 첫 차를 가지게 된 순간은 아마 차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인상깊게 기억하실 겁니다. 애지중지하며 애인보다도 더 아껴주던 첫 차. 남들에겐 그저 수많은 차 중 하나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첫사랑만큼이나 소중했던 그 차.
물론 저에게도 그런 첫 차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런 평범한 그냥 보통 차를 타고 있지만, 조금 특별했던 제 첫 차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차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1000대 정도밖에 만들지 않은 레어였거든요. 국산 차인데 캐빈 뒤에 달린 엔진이 등 뒤에서 굉음을 내며 뒷바퀴를 굴리는, 정통 스포츠카에서나 볼만한 미드쉽 레이아웃. 그러면서도 승차정원은 4인승.
그 차에 달린 STX-MTU의 MB871 Ka-501 디젤 V8 트윈터보 엔진은 32,000cc 배기량에 고회전형 스퀘어타입에 가까운 보어/스트로크비로 2600rpm에서 1200마력의 출력을 뿜어내고, ZF사의 LSG3000 4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되어 51톤의 차체를 시속 65km까지 거침없이 몰아붙여 줬죠.
...이게 무슨 차일까요?
제 첫 차. 바로 이겁니다.
대한민국 육군 주력전차 K-1.
3.3m에 달하는 와이드한 트레드와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바디 강성은 코너링에서 한계까지 차를 몰아넣어도 롤링을 느끼기 힘들만큼 안정적이고, 윈드실드조차 없이 상체를 그대로 드러낸 오픈에어링은 바람을 가르는 드라이빙의 참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하드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온로드 뿐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도 뛰어난 노면추종성을 확보하며 듬직한 오프로드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면서도 노면의 잔 진동은 완벽하게 걸러주어 승차감 역시 나무랄데 없습니다.
오디오 시스템도 훌륭해서, 신형 주파수도약방식 무전기를 탑재해 가차없는 욕설을 날리는 중대장님의 거친 숨소리부터 똥마렵다고 징징대는 소대원들의 목소리까지 선명하고 또렷하게 고막을 통해 가슴까지 울리는 감동을 줍니다.
아. K-1전차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에서 만든 물건이네요.
회사 블로그에서 타사 차량 찬양은 이쯤에서 그만 해야겠습니다. --;
몇일전 토비토커 모임 2차에서 건빵 안주에 반합에 맥주 먹고 나서
군대이야기에 삘 꽃힌 320Nm이었습니다.